나나예술작업실 (대표 송수연)은 외국인 예술가들이 선보이는 작품 전시회 <김국주, 비빔인간입니다>를 오는 11월 1일(토)부터 11월 15일(토)까지 김포시제2종합사회복지관 1층 시끌벅적 가족도서관에서 개최한다.
이 전시의 제목 중 ‘비빔인간’은 2024년 OTT에서 방영된 ‘흑백요리사’에서 한국계 미국인 쉐프 에드워드 리가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저는 비빔인간입니다’라고 한 말에서 따왔다.
그가 제시한 비빔밥은 한국 전통 비빔밥과는 다른 모양새였는데, 참치회로 잘 감싸져 있기에 마치 일본음식 오니기리와 비슷했다. 서양 문물의 상징인 포크와 칼을 이용해 반으로 갈라보면 그 안에 잘 비벼진 비빔밥이 들어있었다. 에드워드 리는 자신이 갖고 있는 한국적 정체성과 서구적 정체성을 이렇게 표현해낸 것이다.
‘비빔 인간’은 혼합적이거나 하이브리드한 정체성을 가진 사람을 비유적으로 나타낸다.
서로 다른 재료를 섞어 새로운 조화를 만들어내듯, 비빔 인간은 다양한 문화와 배경, 경험이 어우러져 형성된 독특한 정체성을 가진 사람을 의미한다.
이 전시의 제목을 구성하는 또 한가지 단어 ‘김국주’는 김포 관내 외국계 예술인 주민 공동체의 줄임말이다. 국적도 다양하고 모국어와 문화적 배경도 각기 다른 우리 멤버들은 2022년부터 김포시 가족센터에서 결혼이민자를 위한 예술창작프로그램을 통해 함께 모여 더욱 열린 마음으로 연대하며 예술창작활동을 수행해오고 있다.
결혼이주여성 중심으로 결성된 김국주는 차별과 편견의 시선도 경험했고, 문화와 언어적 차이로 인해 어려움을 겪었고, 한국 국적의 자녀와 가족들을 돌보고 있다.
여러 문화적 정체성이 뒤섞인 채로, 속 안의 내용물을 감추고 살아가는 이민자의 삶. 이제 김국주는 다른 사람들이 자신을 향해 ‘너는 이렇다, 저렇다, 어떻다’ 고 규정하는 걸 지켜보고만 있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속재료는 무엇인지 그 스스로 보여줄 수 있는 자리를 펼쳐보이려고 한다.
“지금의 나는 어떠한가?”
김국주는 이런 의문을 가지고 한국에서 살아간다. 나의 인생을 살아가는 방식과 내 정체성을 형성하는 과정에 대해 항상 고민하고 있다.
그러나 이 고민이 김국주에게만 필요할까? 세계 트렌드가 동시에 전파되는 2025년 현재, 우리 모두는 ‘비빔인간’일 것이다.
개개인은 다양한 경험과 정체성이 혼합된 존재로서 내면에 여기 저기에서 흡수된 생각들이 모이고 이리 저리 뒤섞여 자아를 형성한다. 사람은 단 하나의 색깔로 이루어진 존재가 아니다. 여러 가지 색깔이 모여 하나를 이룬다.
그 다채로움 덕분에 우리는 빛나기도 하지만, 여러 빛깔 속에서 나는 누구일까 혼란을 겪기도 한다.
이번 전시를 통해 말하고 있는 ‘비빔인간’ 선언은 단순히 하나의 문화에 얽매이지 않고, 다양한 재료의 조화를 통해 새로운 ‘화합’을 창조하려는 의지의 표명이다. 한국의 쌈과 비빔요리는 서로 다른 재료의 맛·색·향을 조합해 하나의 맛을 만드는 음식 구조이다. 각자 좋아하는 것을 담아 쌈을 싸고 나름의 취향을 담아 비비지만, 함께 한 상을 둘러앉아 나누는 행위 속에는 협동과 소통의 문화가 담겨 있다.
<김국주, 비빔인간입니다>는 다양한 경험과 배움이 합쳐진 새로운 창작을 의미한다.
다양성을 인정하고, 조화를 이루어내고, 평등하게 어우러짐을 즐기는 마음. 오늘날 우리가 갖추어야 할 ‘비빔의 미학’일 것이다.
□ 경기도, 경기문화재단, 김포문화재단의 모든예술31(경기예술활동지원사업) 지원 사업.
김국주 창작활동 2025 — “감싸고, 물들이고, 이어주고, 내재된 형상을 다듬어내다”
경계를 잇고, 본질을 감싸안는 화합의 예술
2025년 김국주(김포 관내 외국계 예술인 주민 공동체)는 ‘비빔인간’이라는 주제 아래, 다양한 문화적 정체성이 뒤섞인 우리의 삶을 상징하는 창작활동을 통해, 서로 다른 문화적 재료를 품고 하나로 어우러지는 창작의 과정을 이어오고 있다. 한국의 전통 공예부터 바느질, 목공예에 이르기까지, 재료와 활동 방식이 우리의 삶과 메시지를 깊이 있게 반영하도록 기획되었다. 참여 작가들은 남들이 규정하는 시선에서 벗어나 '스스로'를 표현하는 작업을 펼쳤다.
한국 전통 보자기 공예: '감싸안는 포용'
보자기 공예는 ‘사물의 모양 그대로 감싸는 마음’을 시각화 해보려는데서 출발했다. 물건의 모양 그대로 감싸는 보자기처럼, 우리의 다양한 문화적 배경과 복잡한 내면을 편견 없이 포용하는 마음을 담았다. 겉모습만이 아닌, 속재료의 가치를 인정하고 소중히 다루는 한국의 미학을 체험했다. 각자의 사연이 담긴 물건을 천으로 감싸며, 외형을 감추지 않고 그대로 드러내는 한국 전통의 미학을 배웠다. 그것은 단순한 포장이 아니라, 존중과 포용의 행위이다.
쪽빛 천연염색: '정체성의 깊이'
자연에서 얻은 쪽빛은 멤버들의 내면에 깃든 고유의 빛깔이자, 오랜 시간과 과정을 거쳐 발현되는 정체성의 깊이를 상징한다. 쪽빛 천연염색은 자연의 시간과 손의 온기를 느끼는 과정으로 반복되는 염색과 건조의 과정 속에서 서로의 삶이 서서히 물들고 어우러지는 변화를 담아본다. 각기 다른 문화가 한국 땅에서 물들어 새로운 색을 만들어내는 과정을 은유적으로 말한다.
퀼트: '삶의 조각들을 엮다’
조각난 천들은 서로 다른 나라에서 온 이민자들의 삶처럼, 각기 다른 형태와 색을 가졌지만, 한 땀 한 땀 이어지며 하나의 서사를 만들어낸다.
조각모음과 바느질은 국적, 언어, 문화적 차이로 인해 흩어져 있던 멤버들의 삶의 조각들을 한데 이어 연대를 구축하며 이민자로서의 내부와 외부 사이의 간극과 경계를 오고가며 촘촘히 엮어내는 화합의 장이다. ‘안과 밖의 경계를 잇는 행위’는 우리들의 활동지평을 확장시켜준다. 이는 김국주 공동체가 지향하는 문화적 공유와 공존의 상징이기도 하다.
나만의 나무 수저 깎기: '자립과 주체성’
나무를 깎아 세상에 단 하나뿐인 나만의 숟가락을 만드는 활동은, 타인의 시선이 아닌 스스로의 힘으로 삶을 개척하고 주체성을 회복하고자 하는 김국주 멤버들의 의지를 담았다.
생존에 필수적인 ‘먹는 행위’라는 일상을 예술로 확장시킨다. 나무를 다듬고 형태를 찾아가는 과정은 자기 존재를 새롭게 빚는 시간이다. 완성된 숟가락에는 각자의 손끝에서 태어난 생활의 철학과 정체성이 담겨있다. 가장 일상적이고 필수적인 도구를 직접 만들어냄으로써 자립의 의미를 되새겼다.
휘장(揮帳): ‘평등한 공동체의 장소’
그리고 2025년, 김국주는 이문화(異文化)에 대한 인정과 수용을 상징하는 자신만의 휘장(揮帳)을 만들었다. 휘장의 사전적 의미는 여러 폭의 피륙을 이어 만든 장막(帳幕)이다. 김국주의 휘장은 단순한 천으로 구성된 공간을 넘어 문화적 다양성에 대한 인정과 수용을 상징한다. 안전, 평온, 환대, 그리고 소속감을 제공하는 수평적 공동체의 장소를 의미한다.
우리의 휘장은 사람들이 평등하게 모이고, 서로의 이야기를 나누며, 함께 창조하는 철학적 공간이자, 서로의 존재를 감싸안는 수평적 공동체에 대한 예술적 은유이기도 하다.
김국주는 창작활동을 통해 다름이 모여 새로운 하나가 되는 길을 탐구한다. 자신들이 겪어온 삶의 경험과 다문화적 정체성을 예술 작품 안에 담는다. 우리의 이야기는 이제 더 이상 감춰진 '속재료'가 아닌, 모두를 환대하는 장막이자 당당하고 아름다운 예술작품으로 세상과 소통할 준비를 마쳤다. 서로 다른 삶의 조각이 모여 완성된 이 창작 여정은, 결국 비빔인간으로서의 선언 — 다양성을 품고 조화로움을 만들어가는 예술적 실천이다.
